“윤리규범으로서 율법 순종해야”
김경식 교수 “칼빈은 복음과 율법의 동행 강조

한국교회는 여전히 윤리문제로 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혹자는 기독교인들이 비그리스도인들에 비해 특별히 덜 윤리적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비판을 많이 듣는 이유는 “행동은 세상 사람들과 별로 다를 게 없는데, 고상한 말을 너무 많이 하는데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혹시 기독교인들의 율법관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신약학회와 성지언어연구소는 지난 9월 6일 총신대신대원에서 제3회 열매강좌를 열었다. 고 정훈택 교수를 기념하는 이 강좌는 이번에 ‘정훈택의 구원론과 개혁신학’을 주제로 삼았으며 “행위가 구원의 필수 조건인지를 따지기 보다, 구원받은 그리스도인들은 내가 예수님의 제자로서 살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제자답게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식 교수(웨스트민스터신대원)는 ‘바울과 마태의 율법관 그리고 개혁신학’이라는 제목으로 “개혁신학에서의 율법관은 루터와 칼빈이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면서 “루터는 율법이 사람들을 정죄하고 이를 통해 죄인을 그리스도께 인도하는 기능이 있다고 본 반면, 칼빈은 복음과 율법이 대립보다 함께 가는 것이라고 보았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개혁주의가 가지고 있는 율법관은 칼빈의 견해”라면서 “율법은 사람들을 그리스도에게 인도하고 복음은 다시 사람에게 율법을 지킬 능력을 부여하여 율법에게로 보낸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일반적으로 바울과 마태를 대립구도로 놓고 바울은 이신칭의만 가르치고 마태는 행함만 강조했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면서 “그러나 두 사람은 윤리적 규범으로서 율법을 지켜야 한다고 공통되게 보았으며 다만 마태는 율법을 지킬 때 성령의 도우심과 능력부여하심을 언급하지 않은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한국교회의 율법 폐기론적인 분위기 속에서 다시한번 하나님의 영원한 뜻을 반영하고 있는 윤리규범으로서의 율법을 성령의 도우심으로 순종하며 살아가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재은 박사(총신대신대원)는 ‘정훈택의 <열매로 알리라>와 실천적 삼단논법’ 제하의 발제를 통해 “정훈택 교수에게 있어서 믿음은 예수를 인격적으로 깊게 신뢰하고 따르고 경배하는 것이며 행위는 죄로부터 돌이키고 그리스도에게로 향하여 나아가는 회개이며 회개로의 요청이었다”면서 “믿음과 행위는 동전의 양면처럼 결합되어 있으며 비분리적임과 동시에 상호보완적”이라고 소개했다.

박 박사는 “구원과 선택의 표징이 일차적으로는 하나님의 말씀과 약속이라면, 이차적으로는 성령과 그리스도의 사역에 근거한 주관적 확신과 열매들”이라면서 “구원받은 자들은 외적 표징(말씀과 약속)과 내적 표징(믿음 확신 선행 등)을 동시에 표지로 삼아 선택받은 자로서 정체성을 유지하고 끊임없이 진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 정훈택 교수는 “믿음이 없이는 예수의 제자들이 존재하지 않고... 행위가 결여된 곳에도 제자들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해왔다. 행위의 열매 문제가 구원 여부를 좌우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부끄러운 구원’에 만족하지 않고 “나는 과연 예수님의 제자인가”를 스스로 묻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대답을 정 교수는 오래 전에 한국교회에 내놓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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