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복음사역연구소 세미나 ... 교회가 사회복지를 선교적 사명으로 인식해야

한국교회가 정체를 넘어 퇴보의 단계로 들어섰다는 진단이 정설로 굳어지고 있다. 이에 대한 진단과 대책도 다방면에서 연구되고 있다. 총신대 산하 총체적복음사역연구소에서 주최한 세미나에서 1990년대 이후 교회의 사회복지 역할 감소가 교회정체의 또 다른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 총체적복음사역연구소 산하 하성연은 24일 수원제일교회에서 교회와 사회복지에 대한 세미나를 열었다. 세미나에서 사회자 김상준 목사가 손병덕 교수와 유명재 목사(왼쪽부터)를 소개하고 있다.

총체적복음사역연구소(소장:김광열 교수) 산하 ‘하나되고 성숙한 교회 세우기 연합’은 10월 24일 수원제일교회(이규왕 목사)에서 ‘한국교회와 이웃사랑 그리고 사회복지’를 주제로 제2회 세미나를 개최했다. ‘하나되고 성숙한 교회 세우기 연합’(이하 하성연)은 한국교회의 하나 됨과 성경적인 교회관 회복을 목표로 2014년 총체적복음사역연구소 산하에 설립한 기구다.

세미나는 수원 지역에서 30년 동안 청소년과 저소득층을 위한 사회복지 사역을 감당하고 있는 유명재 목사와 사회복지 정책과 행정 전문가인 총신대 손병덕 교수가 발제자로 나섰다.

유명재 목사(한성장로교회)는 ‘총체적복음이 살아 숨 쉬는 사회복지 이야기’라는 주제로, 사회복지라는 단어조차 생소한 시절에 무료급식 사역을 비롯해 가출청소년쉼터와 새희망의집 등 지역사회에서 펼친 사역 경험을 나누었다. 유 목사는 지역에서 사회복지 선도자로 잘 알려졌지만 과로로 인한 뇌출혈로 힘든 시기를 겪기도 했다. 그러나 “이 사역을 통해서 나는 영적으로 성장했고 건강한 교회를 세울 수 있었다. 지금은 건강도 회복했다. 사회복지는 하나님의 축복”이라고 고백했다.

이어 손병덕 교수는 ‘지역사회에서 교회의 사회복지 실천과 선교’라는 주제로 교회가 지역 사회를 위해 펼칠 수 있는 사회복지의 실제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손 교수는 사회복지 방안을 제시하기에 앞서 교회에서 사회복지의 중요성을 먼저 언급했다. 그는 “교회가 지역사회에서 복지를 실천할 때, 교회는 좋은 이미지를 갖고 성장했다. 그러나 1990년대부터 한국교회는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 그 이면에는 교회의 사회봉사 역할 축소와 천주교와 불교의 상대적인 역할 확대가 있었다”고 진단했다.

손병덕 교수의 진단은 다른 학자들이 지적하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역사학자들은 한국교회가 사회에서 큰 위상을 가질 수 있던 대표적인 이유로 이웃사랑, 곧 시대를 앞서간 사회복지 사역을 꼽는다. 선교 초기부터 한국교회가 복음과 함께 교육 의료 복지 사역을 연계하면서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호응을 얻은 것은 잘 알려져 있다. 한국 사회가 경제발전을 이루고 정부 차원에서 사회복지 시스템을 마련하기 시작한 1990년대까지 한국교회는 한국사회의 사회복지를 선도했다.

문제는 1990년 이후 교회는 본격적으로 성장주의와 대형화 물결에 휩쓸려, 100년 동안 복음전파의 한 축으로 지켜온 사회복지에 주도권을 놓쳤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정부는 물론 가톨릭과 불교 등 타 종교들은 이때부터 사회복지에 더욱 힘을 쏟기 시작했다.

사회복지와 교회성장의 상관관계에 대해 손병덕 교수는 교회가 오해하지 말아야 할 점도 지적했다. “사회복지를 잘해서 교회가 성장했다”고 결과론으로 바라보면 안된다는 것이다. 손 교수는 “교회가 사회복지를 통해 이웃사랑을 실천할 때 교회 이미지가 제고되고, 결국 자연스럽게 교회에 대한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교회를 찾게 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웃사랑 곧 사회복지는 교회의 기본 임무이고, 이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했을 때 부수적으로 교회성장으로 이어지는 ‘시너지효과’라는 것이다.

손병덕 교수는 이어 교회의 사회복지 실천의 특성을 성경 속에서 도출해 참석자들에게 제시했다. 교회의 사회복지 특성은 △사회계층, 인종, 국가간 벽을 넘어서 무조건적 상호부조(행 4:32~35; 빌 1:10, 골 4:9) △전문적 봉사영역개발(일곱 집사, 행 6:1~6) △구제복지 기금조성(고전 16:1~3; 고후 8:1~20, 9:1~15) △전문적인 봉사조직 구축(고전 12:28)이다. 손 교수는 한국교회는 이런 성경적인 사회복지 특성을 인식하고, 지역의 교회들이 네트워크를 이루어 지역사회의 사회복지 문제들을 선교적 사명으로 감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미나를 준비한 하성연 부대표 김상준 목사는 “세미나를 통해 교회가 지역사회에서 어떻게 이웃사랑을 실천해야 하는지 도전을 받았다. 의식 있는 교회들이 하나가 되어 지역을 섬김으로 보다 성숙하고 건강한 교회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세미나 개회예배에서 이규왕 목사는 ‘총체적 복음의 열매’(벧후 1:5~9)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전했다. 이 목사는 믿음을 가진 그리스도인은 자연스럽게 이웃사랑의 열매를 맺게 된다며 “이웃사랑의 한 방편인 사회복지는 교회의 부흥과 성장의 수단이 아니다. 교회는 무조건적으로 이웃사랑을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세미나 후 김상준 유명재 손병덕 목사와 박정수 목사(수원노회장) 김지환 목사(장안시찰장) 등 수원노회 관계자들이 기념행사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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