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인터뷰] 박윤성 목사(익산 기쁨의교회)

헌신과 희생 통해 얻은 교인 신뢰가 변화 원동력
잘 훈련된 소그룹 리더 양성에 주력, 역동성 키워
느리지만 또박또박 사람 키우는 사역 집중할 터


참 많은 것이 바뀐 교회다. 교회 주소와 이름에서부터 사역에 이르기까지 과거 ‘성락교회’ 시절의 모습을 지금의 ‘기쁨의교회’에서 찾아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교회일수록 새로 부임한 담임목사에게는 운신의 폭이 넓지 않은 법이고, 실제로 어려웠던 순간도 있었으나 박윤성 목사는 그 고비들을 성공적으로 극복해냈다.

▲ 박윤성 목사
(익산 기쁨의교회)

수도권에서 자라, 영남에서 목회를 배우고, 호남에서 사역을 꽃피우는 전국구의 경력에다가, 익산에서는 최초 총회 장소로 선택된 교회를 담임하는 목사라는 점도 박윤성 목사에 대한 호기심을 한껏 높이고 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사람을 키우는 일에 관심을 집중하는, 빠른 속도보다는 ‘느림의 미학’을 지향하는 목회자로 조용하게 살아가기를 원한다고 털어놓는다. 그런 리더십의 영향일까? 주변에서는 티격태격하는 일이 많았던 교회가 담임목사를 닮아 얌전해졌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이다. 소리 없이 강하고, 빠르지는 않지만 결코 멈추는 법이 없는 그의 목회이야기를 들어보자.

▲요즘 몰두해서 읽고 계신 책이나, 고민하는 주제가 있다면?

=엔도 슈사쿠의 <침묵>을 오랜만에 다시 읽었다. 우리가 영적인 시련에 직면했을 때, 하나님이 침묵하시는 의미는 무엇일까 깊이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다. 이송용·정해영 선교사가 쓴 <지금 키워라, 영적인 아이>는 요즘 손에서 잘 놓지 않는다. 다음세대 사역에 대한 목회자의 고민에 좋은 해답을 주는 책이다. 이에 관한 이야기는 나중에 좀 더 나눌 수 있을 것이다.

▲50년 역사를 가진 교회에 부임하셔서 불과 10년 사이에 많은 부분을 탈바꿈시켰다. 부임 당시 구상한 청사진은 어떤 것이었으며, 현재 교회 모습은 거기에 얼마나 근접해있는지.

=서울에서 나고 자라고(서대문교회가 모교회이다), 총신을 나와 미국에서 7년 동안 공부한 후, 부산 수영로교회에서 오랫동안 부교역자 생활을 거쳐 생면부지의 익산으로 왔다. 성락교회(기쁨의교회 전신)에 부임할 당시에는 아는 정보가 거의 없었고, 그래서 힘든 초창기를 보냈다.

다만 기나긴 강단의 공백을 메우고, 교인들 사이의 오랜 반목을 해소하기 위해 건강하고 희망적인 목표를 정해야 했다. 교제와 관계를 중심으로 움직이던 교회가 말씀과 기도를 중심으로 움직이게 하고, 전도와 선교 그리고 지역사회를 섬기는 일에 헌신하도록 이끌었다. 양육과 훈련프로그램을 세팅하는데 많은 공을 들였고, 금요철야기도회를 비롯한 기도운동을 회복하는데 힘썼다. 그 결과가 오늘까지 이어져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배당 건축에 집중하는 동안에도 선교후원은 줄이지 않았고, 오히려 계속해서 신규로 선교사들을 파송하며 사역규모를 확장시켰다. 지역사회를 섬기는 일도 꾸준히 지속해왔다. 그러나보니 소문이 괜찮게 나기 시작했고, 어느 새인가 좋은 교회라는 평판도 듣게 됐다. 특히 주변의 다른 교회 목회자들로부터 괜찮은 교회라는 추천을 받기도 한다는 게 가장 감사한 일이다.

▲전통이 깊은 교회의 특성상 변화를 추진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 어떻게 극복할 수 있었나.

=목회의 성패에는 성도들이 목회자에게 얼마나 확신을 갖도록 하느냐라는 점이 크게 작용한다. 당연히 저에게도 교인들의 확신이 필요했고, 신뢰를 얻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특히 예배당 건축과정에서 어려운 난관을 지나야했을 때, 담임목사로서 권리를 주장하지 않고 외부집회 사례금까지 건축헌금으로 모두 바치는 등 앞장서 헌신하고 희생하는 본을 보였던 것이 교우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이런 노력이 10년여 쌓이다보니 지금은 온 교회가 전폭적인 신뢰와 지지를 보내준다.
 

▲교회 명칭에서 ‘기쁨’이라는 단어가 지닌 핵심적인 의미는 무엇인지 쉽게 설명해 달라.

=이름 때문인지 외부에서 우리 기쁨의교회를 찾는 분들은 밝은 이미지를 많이 느낀다고 말한다. 사실 이전 교회 명칭에도 거룩한 기쁨이 있는 교회라는 의미가 담겨있었지만, 유명한 이단 이미지도 덧씌워져있어 이름을 불가피하게 바꾸어야 했다.

성도들에게 교회의 새 이름을 공모한 결과 최종안으로 나온 것이 기존의 ‘성락(聖樂)’을 한글로 풀어낸 ‘즐거운교회’와 ‘기쁨의교회’였는데, 결국 공동의회 투표를 통해 현재의 이름으로 결정됐다.

그리스도인들에게 기쁨은 말씀이 제대로 선포되고, 그것이 성도들에게 참 은혜가 될 때 찾아오는 것이라고 믿는다. 헌금하라고, 봉사하라고 억지로 강조하지 않아도 말씀의 은혜만 역사한다면 헌신의 모습들은 저절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앞으로 추구할 목회방향도 앞서 이야기한 관점들과 연관이 될까.

과거 카리스마가 넘치던 선배목사님들에 비해 목회자로서 제 리더십이 약하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들의 의식과 문화가 달라진 오늘날의 세태나, 변화의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린 지방의 교회 상황을 감안할 때 섬김의 리더십을 가지고 천천히 전진하는 것이 오히려 정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초심을 잃지 않고 끝까지 갈 수만 있다면 성도들의 헌신은 계속 나타날 것이고, 변화는 꾸준히 일어날 것이라고 믿는다.

▲소그룹사역에 많은 열정과 확신을 가지고 목회에 임하는 게 느껴진다.

=소그룹사역에는 성경적인 근거가 있다고 확신한다. 소그룹은 교회 안에서 마치 세포와 같은 역할을 한다. 규모가 큰 교회이든 작은 교회이든 소그룹을 통해 양육과 치유를 경험하게 된다. 특히 총동원전도 방식의 사역이 서서히 막을 내리는 시점에서 소그룹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우리 교회는 기존의 구역을 소그룹사역으로 전환해 그 동안 많은 성과를 얻어왔다. 소그룹 사역에 있어서 결정적인 요소는 바로 리더라 할 수 있는데, 목회자가 어떤 성향이냐에 따라 교회의 색깔이 달라지듯이 리더의 헌신도에 따라 소그룹의 역동성도 차이가 나게 된다. 그래서 소그룹 리더들을 잘 훈련시켜 세우는 일에 많은 힘을 쏟고 있다.

기쁨의교회 안에 3000개의 소그룹을 형성하는 것을 목회의 주요 목표 중 하나로 삼고 있는데, 아직까지 150개 정도가 만들어진 수준이다. 소그룹 운영은 젊은 세대들에게는 전형적인 셀그룹 시스템을 적용하지만, 이를 버거워하는 어르신 세대들에게는 기도와 찬양 중심으로 모임을 갖도록 탄력적으로 허용한다.

시간이 오래 흐르면서 신생 소그룹들에 비해 오래된 소그룹들의 역동성이 떨어지는 매너리즘 현상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는 ‘섬김이학교’ 등을 통해 재교육하는 방식으로 극복하고 있다.

▲목회에 있어 기도사역의 비중도 높게 잡고 있는데 핵심적인 사역들을 소개해 달라.

기쁨의교회에 부임 후 처음 매달린 사역이 금요철야기도회였고, 건축 기간에도 1200여회의 기도회를 함께 진행하며 공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매일 진행되는 새벽기도회를 세대별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1부는 중장년 중심의 전통방식으로, 2부는 직장인들에 맞춰 말씀묵상(QT) 방식으로 진행한다. 연배 높으신 권사님들 중심으로 24시간 릴레이기도회도 진행하고 있다.

매월 첫 주 월화수요일에는 ‘기도의 십일조’라는 이름으로 전 교인들이 기도운동에 참여하도록 한다. 특별새벽기도회를 교구별로 진행하는데 오히려 인원동원이 더 잘 되는 양상이 나타난다. 고난주간 특새 헌금은 개척교회 후원금으로, 가을의 다니엘특새는 다음세대를 위한 장학금으로 사용한다. 다니엘 특새에는 다음세대들도 적극 참여시켜 기도훈련의 장으로 삼는다.

목회를 목회답게, 교회를 교회답게 하는 데는 기도 외에 다른 방법이 있을 수 없다. 기도를 통해 하나님의 응답과 영적인 영향력을 경험한 성도들은 자연스럽게 좋은 동역자로 목회자에게 다가온다.

▲설교본문과 제목을 정하는 원칙이 따로 있나?

=요즘 미국교회에 강단에서 나타나는 경향 중 하나가 ‘주제식 강해설교’인데, 핵심주제를 먼저 정하고 이를 드러내는데 본문 강해 형태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주제설교와 강해설교를 적절히 조화한 방식이라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런 방식을 활용해, 우리 시대의 이슈나 교회가 지향해야 할 부분에 대해 성경 한 권을 정해 강해하는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곤 한다.

최근에는 룻기를 강해했는데, 국가·사회적으로 혼란한 시기에 치유의 말씀을 들려주어야겠다는 필요를 느꼈다. 사랑과 은혜의 분위기가 말씀 전체에 잔잔히 흘러가고, 희생적 사랑을 통해 가문이 살아나며 메시야의 대가 이어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청중들에게 전달된 감동이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신앙생활에서 좌절을 겪었던 한 교우가 룻기 강해를 통해 회복을 경험했다고 간증하는 것을 들으며 설교자로서 큰 보람과 감사를 느꼈다.

▲2002년 <요한계시록 어떻게 가르칠까>를 발표했을 때의 인상이 아직도 강렬하게 남아있다. 설교자들이 계시록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해준다면.

잘 가르치려면 당연히 잘 연구해야 한다. 저의 은사이신 김세윤 교수께서 ‘요한계시록은 금식기도로 풀리는 게 아니라 깊은 연구로 풀리는 것’이라고 조언해주신 게 생각난다. 계시록은 묵시문학 예언서 서신서 등 다양한 특징을 지닌 책이다. 따라서 전통적 해석과 문법적 해석, 문해적 접근과 문자적 접근 등 여러 방식을 총동원한 연구가 있어야 그 두꺼운 껍질을 벗기고 핵심을 잡을 수 있다.

요한계시록을 어려운 책, 무서운 책으로 여기는 경향들이 있는데 이것은 표면만을 바라보기 때문에 생긴 결과이다. 어린양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과 그분의 영원한 승리가 계시록의 핵심인 것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다보면 죽임 당하신 어린양처럼 교회가 이 땅에서 희생하며 복음으로 살아갈 때, 그 모습을 통해 세상이 회개하고 돌아오는 역사가 일어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하나님나라는 우리의 헌신과 사랑의 수고를 통해 확장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리스도를 닮은 교회가 되라는 것이 계시록의 총 주제라 할 수 있다.

▲연관된 질문 하나 더 드린다. 왜곡된 종말론이 한국 교회에 일으키는 폐해가 여전히 큰데, 실제 목회현장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666이나 14만 4000 등의 숫자를 문자적으로 받아들이고, 지엽적이나 편중된 해석으로 배리칩 같은 존재를 등장시키거나 이런 주장에 현혹되는 이유는 통시적으로 성경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목회자들도 더 적극적인 연구를 해야 한다.

저 개인적으로도 익산에서 함께 목회하는 동역자 15명과 독서모임을 겸한 성경공부 모임을 갖고 있다. 얼마 전까지 히브리서를 공부했고, 요즘 다시 요한계시록 공부를 시작했다. 혼자 하기는 힘들지만 동역자들끼리 함께 공부하면서 전문가들과 책의 도움을 받아 배우고, 서로 토론하며 공감대를 이루다보니 나중에는 교회에서도 공부한대로 가르치게 된다. 이런 식으로 동료들과 함께 연구모임을 갖는 게 목회자들에게 꼭 필요하다고 본다.

앞으로 기쁨의교회를 통해 펼치고 싶은 소망 중 하나가 성경강해를 중심으로 연중 신학강좌를 개최해 지역 목회자를 돕는 일이다. 성경을 어떻게 연구하고, 설교와 목회에서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 방법론을 제시해주고 싶다.

▲기쁨의교회가 지닌 새롭고도 자랑스러운 전통을 어린세대들에게 계승시키기 위해 고심하시는 흔적이 자주 엿보인다. 다음세대 사역에 있어서 지향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어린 세대들이 공교육과 학원이라는 환경에 지나치게 오래 노출돼 있어, 신앙교육이 어려운 구조가 되어버렸다는 게 큰 고민이다. 어떤 분석에 의하면 세속교육과 주일학교교육의 비율이 70:1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아이들이 교회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토요학교와 평일 방과후스쿨을 신설하고, 주일 아침에도 영어예배나 외국어성경공부 같은 프로그램을 따로 만들었다. 하지만 대학생이나 어른이 되어서도 교회를 떠나지 않고, 성경적인 세계관을 가진 인물들로 자라도록하기 위해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이르렀다.

그래서 기독대안학교 설립을 모색하던 중에 만나게 된 것이 앞서 이야기 한 <지금 키워라, 영적인 아이>에서 주창하는 처치홈스쿨링이다. 기존의 홈스쿨링에 교회가 적극적으로 조력하는 방식인데, 월수금은 교회 환경을 이용하고 화목은 가정 중심으로 진행한다. 많은 영감을 제시하는 방식이라 교회에서 이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중이다.

▲목회자로서 큰 영향을 받은 시점이나 스승이 있다면.

신학도 시절 은사이신 김세윤 박사님께로부터 받은 지도와 격려가 오늘날까지 힘이 된다. 성경을 이해하는 통찰력과 바른 관점을 형성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셨다.

목회자 입장에서는 두말할 것도 없이 수영로교회 재직 시절, 담임목사이셨던 정필도 목사님에게서이다. 복음에 대한 순수한 열정, 교인들을 세속에서 지키려 애쓰던 모습들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정 목사님과 동역하는 기간, 여러 사역분야를 두루 경험하며 목회의 전반에 대해 이해하는 안목을 갖게 됐다. 교회는 무릎으로 세워진다는 교훈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지금도 그런 목회를 본받으려 애쓰고 있다.

▲마지막으로 총회 기간 기쁨의교회를 방문할 전국의 총대들에게 미리 당부할 말씀은.

온 교회가 제102회 총회를 기쁨으로 준비하고 있다. 총대들께서 부디 평안하고 생산적인 총회가 이루어지도록 애써주시길 바란다. 저희들은 기도로 섬기겠다. 특히 총회의 신학적 백그라운드가 탄탄해지도록 교단 신학교에 많은 투자와 교육적 지원이 이루어져, 다음세대 그리고 다음시대의 교회들에게 희망이 되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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