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여행 등 헌신의 프로그램 지역 위해 ‘활짝’
진심 다한 섬김, ‘신뢰 받는 공동체’ 큰 복 얻어


복은 나눌수록 쌓인다. 내 몫으로만 남겨두려 한다면 결국에는 쓸모없게 된다. 하지만 은혜의 창고를 이웃들에게 활짝 열면, 하늘로부터 더 큰 복이 임한다. 완주 제상교회(김인원 목사)는 지난 10여 년 동안 그 신비한 원리를 생생하게 입증해왔다.

92세 임옥례 할머니는 매년 긴 여행을 떠난다. 초고령의 나이지만 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힘들지 않게 여정을 소화한다. 교회에서 운영하는 노인대학 덕분에 임 할머니는 편안히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구경하고, 멀리 해외까지 관광하며 즐거운 노후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84세 정국전 할아버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장애를 입어 혼자 힘으로는 거동조차 어렵지만, 혈육마냥 살뜰히 돌봐주는 제상교회 성도들의 도움을 받아 금년에도 4박 5일간의 대만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왔다.

▲ 제상교회 노인대학은 교회가 지역사회의 신뢰와 존중을 받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대만에서 펼쳐진 졸업여행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노인대학 수강생들.

제상교회 노인대학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는 다름 아닌 졸업여행이다. 3년제로 운영하던 과거에는 졸업반에 해당되는 수강생들만 참여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1년 단위로 평생 노인대학을 다닐 수 있도록 학제가 개편되어 졸업여행에도 누구나 동참할 수 있다.

격년으로 국내 한 차례, 국외 한 차례 실시되는 졸업여행에는 건강문제나 피치 못할 사정이 있지 않는 한 대부분의 수강생이 동참한다. 여행에 들어가는 경비의 상당부분을 교회에서 부담해주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여행의 경우는 전액을 책임진다. 노인대학에 참여해 본 경험이 있는 완주군 봉동읍 일대 주민과 가족들은 그래서 제상교회를 은인처럼 친구처럼 여긴다.

▲ 성장하는 제상교회의 상징과도 같은 비전센터 전경

 제상교회 노인대학이 처음 시작된 것은 김인원 목사가 제상교회에 부임한 직후인 2007년 3월의 일이다. 당시는 예배당 건축문제로 불거진 교우들 사이의 반목이 여러 해 교회를 무겁게 짓누르던 시절이었다. 분위기도 환경도 넉넉지 못했지만 김 목사는 일단 도전해보자고 나섰다.

“어려서부터 부모님께 효도하는 것을 인생의 중요한 덕목으로 배우고 자랐습니다. 목회자가 되면서 그 마음가짐이 연로한 어르신들을 공경하는 것으로 확장되었지요. 마침 대학시절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경험도 있고 해서, 담임목사를 맡자마자 노인대학 설립에 착수했습니다.”

예상대로 모든 게 버거웠다. 노인들을 교회로 초청하는 일도, 그들을 수용할 공간을 확보하는 것도, 섬길 봉사자들을 세우는 일도, 심지어 먹거리를 마련하는 일까지 무엇 하나 쉬운 게 없었다. 하지만 모두가 힘을 합해 어르신들을 위해서라면 아낌없이 베풀며 진심을 다하여 섬겼고, 수강생들의 호응과 신뢰 속에서 노인대학 운영은 점점 안정된 궤도에 진입했다.

때마침 제상교회 부근에 자동차공단 근로자들을 위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면서 사역에 더욱 힘이 실렸다. 노인들을 섬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교회의 모습이 새로운 이주민들의 가슴에 감화를 일으켰고, 많은 새가족들이 교회로 유입되어 일꾼들이 세워지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이들의 헌신으로 더 넓은 공간 확보를 위해 3층짜리 비전센터가 건설되고, 노인대학 수송용으로 여러 대의 승합차량도 들여오게 됐다.

▲ 김인원 목사는 이 건물이 노인대학에 바친 충성과 헌신으로 받은 선물이라고 말한다.

한편으로 노인대학은 제자훈련으로 다져진 교우들의 신앙이 실제 사역으로 발현되는 장으로서 역할도 했다. 생업이나 가사로 분주한 와중에도 잠시 틈을 내 어르신들의 수송을 돕고, 식사준비와 설거지를 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제상교회는 점점 헌신하는 공동체로 성장해갔다.

연중 노인대학 운영과 졸업여행에 필요한 경비를 후원하기 위해, 새해 초가 되면 교우들이 자신의 하루 일당에 해당되는 금액을 헌금하는 일이 관례가 되었다.

요즘에는 노인대학 프로그램이 끝난 매주 수요일 오후가 되면 인근 요양병원을 찾아가 목욕봉사를 하거나, 계절을 따라 300여 명 분의 호박죽 혹은 녹두죽 등을 끓여 어르신들을 대접하는 섬김 사역까지 펼치고 있다.

그 사이 제상교회는 지역사회에서 손꼽힐 정도로 규모 상으로나, 재정적으로나 괄목할 만큼 성장했다. 충성된 일꾼들이 세워졌고, 그 부모들의 모습을 본받는 자녀세대들도 씩씩하게 자라는 중이다. 김인원 목사는 이 모든 것이 노인대학을 통해 누리게 된 선물이라고 믿는다.

“노인대학에 찾아오신 어르신들이 교회당을 가득 채우고, 열심히 배우며 웃음꽃을 활짝 피우는 모습을 보면 제 마음도 흐뭇합니다. 앞으로도 노인대학을 견실하게 운영하고, 지역사회의 필요를 채우는 교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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