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교회교육 새판 ‘가정’ ⑤ 부안 온누리교회 ‘꿈꾸는 땅 만들기’ 프로젝트

가정 회복 통한 말씀공동체 형성 지향 …
주일학교 사역 원동력 되어 교회 부흥으로 이어져

부안 온누리교회(오민열 목사)의 주보는 꽤 두툼하다. 어지간한 일간지 한 부 정도의 분량이다. 통상 농촌교회들의 주보가 4페이지 수준인데 비해, 온누리교회의 주보는 그 일곱 배에 이른다. 그만큼 담아야 할 내용이 많다는 것이다.

‘꿈꾸는 땅 만들기 프로젝트’(이하 꿈프)라는 이름으로 발행되는 주보에서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것은 가정 사역에 관한 내용들이다. ‘행복한 가정예배’를 위한 매뉴얼, 부모와 자녀가 일대일로 나누는 ‘무릎성경’을 위한 질문노트, 온 가족이 함께 하는 ‘기적의 밥상’ 지침서 등이다. 여기에 일주일 치의 성경묵상 자료와 셀모임 교재까지 포함되니 그 양이 만만찮다.

그런데 이 주보를 찬찬히 살펴보면 독특한 점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각 지면, 곧 사역의 성격이 무엇이든 간에 모임의 주제가 되는 성경본문은 서로 완벽하게 일치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주일예배 설교의 제목과 성경본문이 고스란히 주일학교에서, 셀모임에서, 가정예배에서, 개인 성경묵상에서 반복되어 다루어진다는 이야기이다.

요즘에서야 예배와 성경공부의 본문을 일치시키는 게 커다란 목회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이미 오래 전부터 그것도 농촌지역의 교회에서 이를 도입해 시행해왔다는 것은 제법 주목할 만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부모로부터 자녀들까지, 장년부터 영아부까지 하나의 공동체를 지향하기 때문입니다. 동일한 말씀을 함께 듣고, 각자의 삶에서 적용하고 실천하며, 이를 다시 교회 소그룹들과 가정 속에서 서로 나누는 과정을 통해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 됨을 더욱 강화하는 것입니다.”

오민열 목사는 그 중에서도 가정 사역을 통한 말씀 공동체의 형성을 대단히 중요시한다. 교육의 기본공간과 중심을 가정에 두어야 한다는 확신을 바탕으로 목회를 해왔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부모가 먼저 가정에서 자녀들의 교사로서 역할을 충실히 감당하도록 이끌었다.

그 결과물들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사역이 ‘무릎성경’이다. 무릎성경이란 일주일에 한 차례 부모가 자녀들을 한 명씩 만나, 주일예배를 통해 받은 말씀을 복습하며 서로가 깨닫고 적용한 부분들을 나누는 시간을 가리킨다.

대개의 경우 자녀 양육을 어머니가 도맡는 걸 자연스럽게 여기고, 신앙교육 또한 모성으로 주도하는 게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만 온누리교회의 경우에는 아버지의 책임과 역할을 못지않게 강조하는 편이다. 그래서 무릎성경의 경우도 아버지가 적극 참여하도록 한다. 아빠의 무릎 위에 앉아 성경이야기를 정답게 주고받는 자녀들의 풍경이 여기서는 결코 생소하지 않다.

무릎성경이 가족 안에서 일대일로 행해지는 사역이라면, ‘행복한 가정예배’는 가족 전체가 말씀을 중심으로 한 소그룹 체제로 가동하는 사역이다. 말씀을 되새김하는 진행구조는 무릎성경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함께 찬양하고 서로를 위해 기도하는 시간을 통해 가정의 회복과 성장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공동체적 성격이 더욱 확실하게 드러난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되는 가정사역이 ‘기적의 밥상’이다. 가족 간에 나란히 둘러앉아 밥 한 끼 먹는 것이 시골에서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데서 착안해, 일주일에 한 끼는 가족 전체가 함께 장을 보면서 식탁을 준비하고 다 같이 모여 식사하는 자리를 갖도록 했다.

기적의 밥상 앞에서는 음식을 나누는 것만 아니라 대화를 나누는 것에 큰 비중을 둔다. TV도 끈 채 식구들 각자가 품고 있는 과제와 고민들을 진솔하게 내놓고, 서로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경청하며 해결책을 함께 궁리하는 시간을 통해 더욱 단단한 연대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사역들을 위해 온누리교회가 기초로 삼는 일이 바로 부모교육이다. 부모들이 자녀들의 교사로서 바르게 설 수 있도록 신앙을 정립하고, 주일성수 말씀묵상 교제 등의 훈련 등이 충분히 이루어지도록 한다.

특히 매년 한 차례 자녀가 있는 가정을 대상으로 집중캠프를 개최하며 교회의 비전을 공유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 덕분에 온누리교회는 충실한 가정사역과 다음세대사역이 이루어지는 교회로 자리 잡게 됐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복음의 지경이 점점 더 확장되는 중이다.

예를 들어 무릎성경 사역은 또 다른 형태로도 전개된다. 새로 교회에 출석했거나, 가족이 교회에 나오지 않는 아이들을 위해 교사나 다른 학부모들이 무릎성경 멘토로 나서 일대일로 말씀을 가르치는 것이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든든한 영적 부모들을 새로 얻는 셈이다.

부안지역 청소년들을 위해 아낌없이 기부하며 장학사업을 벌이는 것도 지역사회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온누리교회의 각종 행사나 바자회의 수익금의 상당부분은 장학사업에 사용되고 있다.

이런 식으로 다음세대 사역이 빛을 발하면서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이 교회로 모여들거나, 신앙이 없는 부모들조차 자기 아이들을 믿고 맡기는 일들이 나타났다. 주일학교의 부흥은 자연스레 교회 전체의 부흥으로 이어졌다. 온누리교회는 장년과 주일학교의 규모가 서로 엇비슷한, 대단히 건강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꿈프의 최종 목표는 지역과 열방에 하나님 나라를 든든히 세워가는 것이다. 부안 땅에서 전도사역도 활발하게 진행되지만, 태국의 부리람과 난을 타깃으로 한 선교사역은 온누리교회가 열정을 다 쏟아내는 분출구와 같다. 최근에는 선교지 아이들이 자신들의 언어로 하나님 말씀을 읽을 수 있도록 그림성경 제작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이처럼 태국 선교에 있어서 다음세대 사역을 주된 전략으로 활용한다는 점과, 꿈프의 시스템을 선교지 교회에 고스란히 이식한다는 점이 돋보인다. 선교지 방문사역에는 어른들 뿐만 아니라 주일학교 학생들도 적극 동참한다. 어린 나이 때부터 다른 세계를 누비고, 그 현장에서 살아가는 또래 아이들과 가까이 접촉하면서 듬직한 복음의 일꾼들로 자라나는 것이다.

“선교지를 다녀온 아이들은 어른들이 설명해주지 않아도 자신이 하나님의 사역자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 같습니다. 열방에 복음을 전하기 위해 스스로 복음의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합니다. 꿈프를 통하여 교회 안팎에서 이와 같은 열매들이 계속 나타나도록 힘쓰고자 합니다.”
오민열 목사와 온누리교회 동역자들은 여전히 더 큰 그림을 그려내는 중이다.

태국선교에 열심인 오민열 목사. 부안 온누리교회의 해외사역에도 다음세대는 중요한 키워드 역할을 한다.

“한 달에 한 번씩 간사들과 만나 다음 달 사역을 논의합니다. 미리 설교주제와 성경본문을 제시하면, 각 부서별로 눈높이에 맞춘 교육내용과 활동들을 준비하고 교재 제작에 들어갑니다. 전체적으로 목회비전을 확실히 공유하고 탄탄한 팀워크를 형성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오민열 목사는 부안 온누리교회가 ‘꿈꾸는 땅 만들기 프로젝트’(이하 꿈프)를 추진하는 방식을 이렇게 설명한다. 꿈프는 총회교육진흥원에서 사역하다 현재는 대전에서 목회하는 장경근 목사가 온누리교회 부교역자로 섬기던 시절에 기틀을 만들어놓은 시스템이다.

“건강한 가정과 교회를 세우고, 한 몸의 공동체로 달려가기 위해서 우리에게는 꿈프가 안성맞춤이었죠. 지속적으로 사역이 진행되다보니 이제는 부교역자들 뿐 아니라 훈련된 평신도들도 사역간사와 교육간사를 맡아 각 부서사역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꿈프가 제대로 정착될 수 있었던 것은 잘 훈련된 동역자들이 헌신적으로 섬긴 덕분도 있지만, 실제로 운영과정에서 아이들 개인의 삶과 그 가정 속에서 의미 있는 변화들이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오 목사는 설명한다. 믿지 않는 친구들이나 이웃들까지 반하게 하고, 본받고 싶도록 만드는 아름다운 모습들이 온누리교회에는 무수히 나타난다는 자랑도 덧붙인다.

“하나님 나라 확장에 사람만큼 귀한 자원이 있을까요? 기성세대와 다음세대를 불문하고 모두가 복음을 위해, 선교를 위해 헌신하도록 앞으로도 열심히 양육하고 훈련할 것입니다. 또한 이를 위해 건강한 가정, 건강한 교회라는 기초를 다지는 데도 소홀함이 없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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