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혈 아동 2명 돌보는 선정규 목사 부부
4년 전 이든, 2월 말 네이슨 두번째 위탁
“기독교인 가정부터 위탁 앞장서 주길”

초록우산 가정위탁 사업에 자원한 선정규 목사 부부는 이든과 네이슨에게 든든한 울타리가 되고 있다. 오른쪽부터 선정규 목사, 이든, 네이슨, 위윤미 사모.
초록우산 가정위탁 사업에 자원한 선정규 목사 부부는 이든과 네이슨에게 든든한 울타리가 되고 있다. 오른쪽부터 선정규 목사, 이든, 네이슨, 위윤미 사모.

서울 정릉 성천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선정규 목사와 위윤미 사모는 4년 전 생후 10개월 된 아들 한 명을 얻은데 이어 올해 2월 말 12살짜리 아들이 한 명 더 생겼다. 스무 살 중반의 딸 둘에, 가슴으로 낳은 아들 둘까지, 여섯 식구는 하나님이 허락하신 부모와 자녀, 가정의 소중함과 행복을 하루하루 경험하고 있다.

“아이들이 예전부터 입양을 하자고 했는데, 여러 가지 사정으로 입양을 못했어요. 최근에 다시 알아보니까 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맡아 돌보는 가정위탁 제도가 있더라고요. 딸들은 이번에도 ‘엄마 아빠가 우리를 잘 키워주신 것처럼 아이들을 위탁해 키워주면 좋겠다’고 반겼어요.”

위윤미 사모는 위탁보호자 교육을 마치고, 선 목사와 함께 2020년 여름 서울시 위임기관인 초록우산 사무실에서 첫 아이인 이든(가명)을 처음 만났다. 한국인 미혼모와 아프리카계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아동이었다. 이든은 혼혈 아동에 대한 거부감과 여러 가지 사정으로 네 번째 위탁가정을 기다리던 참이었다. 위 사모는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낯가리지 않고 저에게 안기더니, 차 안에서도 너무 편안하게 있었다. 첫 만남에서 우리 아이구나 싶었다”며 처음 이든을 만나던 날을 회상했다.

선 목사 가족이 아니었다면 보육원으로 갈 수도 있었던 이든에게 선 목사 가정은 따뜻한 안식처가 됐다. 위탁은 보통 1∼2년가량 진행되는데, 이든 친모가 여건이 안 돼 이든은 만 3년 넘게 선 목사 가정에서 살고 있다. 행복을 주고받듯 이든은 선 목사와 성천교회 성도들에게 기쁨이 되고 있다. 선 목사는 “떼를 쓰는 모습을 보며 이든이 정말 우리를 부모로 여기고 있구나 알게 되고, 기쁘다. 우리를 자녀 삼아 주신 하나님도 마찬가지시겠구나 생각한다. 머리가 아니라 실제로 하나님의 사랑을 경험하게 된다”고 말했다. 위 사모는 “성도들 역시 이든을 무척 좋아한다. 이든을 따라 유치원 친구들이 교회에 나오고, 부모들도 따라 온다”며 미소 지었다.

이든을 사랑으로 돌보던 선 목사 가정은 지난 2월 말 12살짜리 네이슨(가명)을 두 번째 아들로 위탁받았다. 위 사모가 이든과 함께 위탁보호자 모임에 갔다가, 이든과 비슷한 외양의 아동이 용인의 한 보육원에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다. 선 목사 가족은 이 일 역시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알고, 네이슨을 데려왔다. 베이비박스에 버려져 줄곧 보육원에서 자란 네이슨에게 난생 처음 아빠, 엄마, 누나란 호칭을 가진 가족이 생긴 것이다.

“저희는 기다려주려고 했는데 네이슨은 데려온 지 이틀 만에 엄마, 아빠라 부르더라고요. 너무 반가워 보육원 분들께 이야기를 했더니, ‘얼마나 엄마, 아빠란 말을 하고 싶었겠냐’고 하더라고요.”

위 사모는 그때의 감격을 기억하며 눈시울을 적시고 “큰 바람은 없다. 다만 이든과 네이슨 모두 세상이 따뜻하고 좋은 곳이라는 것을 알고,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사람으로 자라면 좋겠다”고 소망을 전했다.

선 목사는 “서울 내에 위탁이 필요한 0세부터 18세까지 아동이 3000명가량인데, 우리같은 일반 위탁가정은 60여 곳에 불과하고, 친인척 위탁가정까지 포함해도 위탁가정이 600곳밖에 안 된다. 위탁이 안 되면 보육원에 가거나, 그룹홈으로 보내진다”며 “위탁가정 제도가 더 많이 알려지고, 더 많은 가정이 이 일에 참여하면 좋겠다. 특별히 기독교인 가정부터 앞장서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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