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병택 목사(부안 산월교회)

▲ 종다리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볼 수 있는 흔한 텃새였지만 지금은 귀한 새가 되었다. 머리에 관우(머리깃)가 있다.

 

우리 곁을 떠나는 친근한 새들은 돌아올까
무너진 생태환경에 멸종 위기…추억이 되어가는 신앙의 풍경과 비슷해져

 

노고지리를 생각하노라면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로 시작하는 시조가 떠오르며, 아련한 추억들도 새록새록 아물거린다. 노고지리를 다른 이름으로 ‘종달새’ 혹은 ‘종다리’라고도 부른다.

종다리는 하나의 종인 동시에, 서로 구분하기조차 어려운 종다리의 여러 종 전체를 아우르는 명칭이기도 하다. 종다리과에서 가장 흔한 새 역시 종다리이다. 종다리는 땅에다 둥지를 트는 습성이 있다. 필자가 어렸을 때에는 보리밭에서 종다리의 둥지를 보는 게 익숙한 일이었다. 그만큼 종다리는 워낙 흔한 텃새였다.

특히 종다리는 다른 새들이 흉내낼 수 없는 특징을 하나 가지고 있다. 그것은 바로 수직으로 오르내릴 수 있는 비행실력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의 특징을 들자면, 종알대며 지저귀는 노래실력이다. 종다리가 흥이 나서 수직으로 오르내리며 노래를 부르면, 마치 자신의 비행실력과 노래실력을 과시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참으로 대단한 실력이다.

보통 새들은 날아갈 때에 앞으로 나아가는 전진 비행이나 제자리에서 정지비행(hovering)을 하는 정도이지만, 종다리는 헬리콥터처럼 제자리에서 수직으로 오르내릴 수 있다. 하기야 비행실력하면 벌새도 빼놓을 수 없다. 벌새는 전진은물론 후진까지 가능한 엄청난 비행실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 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그런 종다리가 우리의 곁을 떠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종다리는 아주 흔한 텃새였고,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번식하는 새이기는 하지만 이제는 그 개체수가 예전처럼 그리 많지 않다. 언젠가 제주 알뜨르비행장을 탐조하던 중 그곳에서 오랜만에 노고지리의 노래를 들을 수 있었고, 시화호와 군산의 새만금 안쪽 그리고 강화도 갯벌 등에서 그 모습을 반갑게 만날 수 있었다.

▲ 뜸부기는 천연기념물 제446호로 여름철에 흔하게 볼 수 있는 철새였으나 요즘은 보기 힘든 존재가 됐다.

추억의 새라 하면 뜸부기도 그냥 넘어갈 수 없다. “뜸북 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뻐꾹 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 때” 우리 모두의 애창곡이었던 이 노래를 모르는 이가 없을 것이다.

새들의 이름은 특징이나 습성에 따라, 그리고 우는 소리를 특징 잡아 짓는 경우도 있다. ‘뚜루뚜루’ 운다고 해서 두루미, ‘부엉부엉’ 운다고 해서 부엉이, ‘뻐꾹뻐꾹’ 운다고 해서 뻐꾸기, 이 밖에도 필자의 머리를 스치는 이름들이 많다. 아마 뜸부기도 그 우는 소리를 특징 잡아 지은 이름일 것이다.

뜸부기 역시 우리나라 전역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여름철새였지만, 지금은 보기 힘든 존재가 됐다. 우리의 정서와 추억을 만들어주던 이들이 떠나고 있다. 이들 우리 곁을 떠나고 있다 생각하니, 마치 유년시절의 한토막이 사라지는 것처럼 아릿한 느낌이 든다.

겨울철새인 따오기도 전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66년과 1974년에 경기도 파주시 군내면 대성동과 판문점 부근 비무장지대에서 각각 1마리씩 발견되었으나, 1980년 이후 자취를 감추었다. 지금은 우포늪에서 따오기 복원사업을 하고 있다는데, 언제쯤이나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 넓적부리도요는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자료목록에 위급(CR)으로 분류된 국제보호조다. 국내에서는 봄·가을에 극히 적은 수가 통과한다.

마지막으로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된 ‘넓적부리도요’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새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가을이 오면 군산 앞바다의 물때를 살피기 시작한다. 그리고 추석 무렵이면 물때가 가장 높이 올라오는 시기를 타서 군산 앞 바다에 있는 작은 섬 유부도로 들어가는데, 바로 검은머리물떼새와 도요들이 장관을 이루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수천마리 도요들과 물떼새들 속에서 사람들이 눈을 크게 뜨고 찾기 시작하는 것이 넓적부리도요이다. 어떤 사람은 쌍안경을 들고, 어떤 사람은 장망원이 장착된 카메라렌즈로 이 새를 찾는다. 마침내 먼저 찾아낸 사람이 다른 사람들에게 그 새가 움직이는 장소와 방향을 중계방송한다. 많을 때에는 다섯 마리 혹은 여섯 마리까지 찾기도 한다. 수천마리 도요들 속에 겨우 몇 마리의 넓적부리도요를 보자고 그렇게 찾고 또 찾는 것이다. 혹 몇 년이 지나면 넓적부리도요 또한 볼 수 없으리라고 예상되기에 미리 카메라에 담아놓으려는 것이다.

비교적 최근에 발간된 도감으로 박종길씨가 쓴 <야생조류 필드가이드>에는 넓적부리도요에 대하여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자료목록에 위급(CR)으로 분류된 국제보호조다. 번식지 상실, 중간 기착지 및 월동지역 상실, 월동지에서 식용을 위한 사냥 등으로 개체수가 심각하게 감소하고 있다. 1970년대에 2000~2800쌍이었으며, 2000년에는 1000쌍 이하, 2010년에는 360~600개체가 생존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넓적부리도요는 몇 년 후가 되면 우리가 더 이상 볼 수 없는 새가 될 것이다. 그 밖에도 우리 곁을 떠나는 수많은 새들이 있다. 고개를 돌려보니 정다웠던 존재들이 떠나는 생태현상은 어쩌면 우리가 섬기는 교회들의 풍경과도 비슷하다고 느껴진다.

필자가 목회하는 농촌의 교회들은 주일학교가 어느새 추억 속에서나 기억할 수 있는 존재가 되었고, 중고등부 ‘문학의 밤’도 바쁜 입시경쟁 속에서 진작 사라져버렸다.

사라진 신앙의 기억들이 이것뿐이겠는가. 은혜를 사모하여 먹을 것 싸들고 찾아다녔던 기도원, 눈물과 콧물이 뒤범벅이 되도록 목을 놓아 회개하며 기도했던 부흥회, 성탄절의 새벽송….

수천마리 도요들 속에서 사라져 가는 넓적부리도요 한 마리 찾기가 힘든 것처럼, 오염되고 생존이 힘든는 생태에서 새들은 떠나고 사라져간다. 하나님의 명령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창 1:28), 마치 정의를 행하며 진리를 구하는 자 한 사람이 없는 예루살렘 거리처럼(렘 5:1).

▲ 천연기념물 제199호인 황새는 겨울철이면 천수만에 찾아온다. 검은색 날개깃이 뒷부분을 덮어 마치 꼬리처럼 보이지만, 실제 꼬리는 흰색이다.

  황새 이야기

황새는 우리나라에서 이미 멸종되었지만 최근 충남 예산에서 복원하여 한 쌍이 번식에 성공한 것으로 알고 있다. 황새의 생태일지 기록에 따르면 6·25전쟁과 1960년대를 전후하여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마지막 번식지였던 충청북도 음성군 생극면 관성리 무수동에서 서식하던 한 쌍마저도 1971년 4월 4일 수컷이 사살된 이래, 암컷이 1983년까지 무정란만 낳다가 사라졌다. 요즘 겨울철에 우리나라를 찾는 황새는 시베리아 지역에서 날아오는 철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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